모차르트의 아버지이자 교사였으며 멘토였던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탁월한 안내자였다. 적어도 처음 시작할 때는 그렸다. 레오폴트가 볼프 강에게 음악의 기본적인 소양을 가르치며 부와 명예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줌으로써 그의 음악적 발전이 한층 빨라졌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중에 레오폴트는 모차르트에게 필요하지 않은 불필요한 짐이 되어 뒤로 처지고 말았다. 멘토는 어린 멘티에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을 가르치고 좋은 일자리를 갖도록 도우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멘티가 인생의 사다리를 하나씩 올라가게 돕는다. 두 사람의 목표는 멘티의 성공이다. (그리고 이것이 멘토 혹은 부모가 바라는 것이다.) 멘토는 현재의 기준 과 양상을 가르치며 이를 모방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나를 뒤에 두고 나에게서 멀어져가라. 최고의 기회를 잡고 독립적 이며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갖출 수 있도록 최대한 멀리 나아가라. 나아가서 대담하게 통념과 반대되는 결정을 해라.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져라.'
부모와 교사와 멘토는 늘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와 다른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그럼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어떻게 가져야 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창의적인 천재성이 발휘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게 멘토가 있었던가? 아니다. 그는 자기를 가르치던 교사들을 우습게 봤고, 교사들 역시 그를 우습게 봤다. 스물한살에 대학교를 졸업할 때는 평소에 그가 교수들에게 얼마나 밉보였던지 아무 교수도 그에게 추천장을 써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4년(1901-1905) 동안 실업자로 살았다.
파블로 피카소에게 멘토가 있었던가? 있었다. 비둘기의 두 다리를 잘라내서 벽에 붙인 다음에 어린 파블로에게 그걸 그리게 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배우게 한 사람, 바로 그의 아버지었다. 피카소의 아버지 호세 루이스는 부정적인 사례의 멘토였으며, 혼란스럽던 파블로는 열일곱 살 무렵부터 자기가 그린 그림에 아버지의 성대신 어머니의 성인 '피카소'로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피카소는 나중에 돈 호세는 자기의 무능함으로 내게 모범을 보 있다"라는 농담을 했다.
모차르트나 피카소 같은 여러 영재가 어린 시절에 떨쳤던 위대한 명성 때문에 우리는 때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곤 한다. 이런 사람들의 삶은 영재는 성장해서 당연히 천재가 된다는 것, 그리고 영재는 천재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천재 대부분은 대기만성형이다. 가장 창의적인 작가 및 예술가, 즉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분야에 속한 사람들은 대기만 성형 천재의 범주에 속한다.
예를들어 링컨, 마틴 루서 킹, 간디, 양겔라 메르켈 등 공감 능력이 있는 정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저서 <열정과 기질>1993에서 20세기의 가장 저명한 창조자들을 다뤘는데, 그 들 가운데 딱 한 사람 피카소만 영재있다. 마사 그레이엄은 스물두 살 때까지 춤을 주지 않았으며, T.S. 엘리엇은 스무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관심 분야를 여러 번 바꾸다가 마흔 살이 돼서야 심리 분석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은 STEM 과목에서 탁월한 기량을 보였지만, 나의 예일대학교 동료이자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쓴 작가이기도 한 더글러스 스톤 교수가 지적하듯이 "그는 영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아기 아인슈타인'을 찾으며 난리를 칠까? 자기 자식을 영재로 만들겠다는 부모의 기대와 야망이 그 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한 비즈니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2001년에 월트 디즈니는 부모의 이 기대와 야망에 영합하려고, 자기 자식을 어떻게든 천재로 키워보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전 세계 수십만명의 부모에게 '베이비 아인슈타인'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어린이 교육용 완구제품을 시장에팔기 시작했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부모가 들어주는 동영상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이 동영상은 언어 구사 능력을 개선하고 숫자 개념을 소개하며 색깔 및 원과 삼각형, 사각형 등의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에 대한 인지 능력을 높이도록 고안됐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베이비 아인슈타인'에 이어서 '베이비 모차르트', ' 베이비 세익스피어', '베이비 갈릴레오', '베이 비 반 고흐'가 뒤따라 출시되었다.
또 그와 비슷한 시기에 이른바 '모차르트 효과'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이 개념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학생의 IQ가 일시적으로 올라가고 또 어린아이들이 한층 더 똑똑해진다고 말했다. 조지아 주지사 전 밀러는 조지아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모차르트의 음악을 담은 CD를 무료로 나눠주기 위해 10만 5,000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장기적인 기대치는 어떨까? 이렇게 해서 영재가 되면, 이 영재가 나중에 천재가 될 것이라 사람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 제품들의 효과가 그저 실망스러울 뿐임이 입증됐다. '모차르트 효과나 '베이비 아인슈타인' 브랜드의 그 어떤 제품도 아기의 지능이나 창의성을 높이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월트 디즈니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베이비 아인슈타인' 브랜드 제품 하나당 15.99달러를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신 가정에는 아인슈타인이 없는가? 환불을 받으시라!"2009년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은 자기 자식을 영재로 만들 고자 했던 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영재 거품은 또한 흔히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 몇몇 영재는 발전과 성공의 압박을 너무 강하게 받고 진이 빠진 나머지 영원히 그 분야를 떠나고 만다. 또 부모의 성화로 너무 이른 나이에 특정 분야에 붙박혔던 영재들은 그에 반발해서 새로운 열정을 찾아서 떠난다. 미래주의 건축가인 버크민스터 풀러는 "애벌레의 몸에는 나중에 이 애벌레가 나비가 되리라는 것을 말해줄 그 어떤 것도 들어있지 않다"고 했다.
물론 자기만의 특별한 능력을 계속 사용해서, 예컨대 심리학, 철학, 약학등 규칙과 법칙이 지배하지 않는 과목에서 저명한 전문가가 되는 영 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재는 제이 그린버그가 그랬던 것처럼 그냥 사라지고 만다. 영재 거품이 생길 때는 강도 높은 긍정적 강화(정적 강화) , 엄격한 규칙에 대한 집착, 완벽 지상주의, 한 가지 활동에만 집중되는 관심, 애정이 지나친 나머지 아이를 지배하려고 하는 부모(예를 들면 '헬리콥터 부모)의 압박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난다. 앤 헐버트는 저서 <뛰어난 아이들 >2018에서 수십 명의 영재를 다뤘는데, 이들 가운데서 딱 한 명만 빼고 모두 지금은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혔다.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경고하는 말로 결론을 내렸다.
정말 너무도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어린 영재의 등장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충동은 까딱하면 자만심을 부른다거나 쉽게 실망으로 이어지고 말 기대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한껏 부추길 위험이 있다. 영재가 기준선에서 탈락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며 또 지적으로 성장 발달이 멈추고 결국 숨막히는 환경 속에 자신을 가두고 마는 일이 너무도 잦다. 그러므로 만일 당신이나 당신의 아이가 천재의 반열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우선 심호흡을 하고 긴장을 풀어라. 최종 결승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때까지는 단 하나의 규칙만 지배하는 과목에서 미친 악마처럼 훈련할게 아니라 이번 장에서 또 다음에 이어질 여러 장에서 제안하는 것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생각과 행동의 독립성 및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을 개발하도록 노력하라. 인생을 살면서 단 하나의 트로피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접근법은 어쩌면 현실적이지 않다. 협소한 영역의 전문화를 꾀할 게 아니라 글로벌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 있는데, 멘토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학습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또한 사회화가 아이에게는 공감 능력과 리더십 역량을 쌓는 중요한 과정임을 부모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영재는 얼마 안 되는 몇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천재는 매우 많은형태로 나타난다. 이제는 영재가 커서 나중에 당연히 천재가 된다는 인식을 벗어던져야 할 시점이다. 천재는 대부분 어린 시절에 영재였던적이 없으며, 영재는 대부분 천재가 되지 못한다.
<참고서적>
히든 해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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