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아이는 어떻게 주의력을 키워야 할까?
6살 하준이는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지적을 자주 받는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제대로 귀 기울여 듣지 않기 때문이다. 급식 시간에는 돌아다니며 밥을 먹고, 수저로 장난치며, 다 먹고 난 후 뒷정리도 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돌아다닌다. 어쩌다 잘 앉아 있었다고 해도 막상 수업 내용을 질문하면 기억하지 못한다. 이런 행동에 대해 수없이 아이에게 설명했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하준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의력이 부족 한지 검사해서 정확히 진단받는게 맞을까, 아니면 조금씩 아이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 연습하고 칭찬하며 발전하도록 도와 주는게 맞을까?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검사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보다는 먼저 조금 전문적인 방법으로 시도해서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질적 문제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주 많이 좋아진다.
그러니 섣부르게 아이의 문제 행동을 판단하기보다는 어떻게 가르치고 연습시킬지를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주의력은 4~7세 때 부터 배우고 익혀서 최고의 주의력을 가진 아이로 키워야 한다.한 가지 활동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하고,' 다른 자극이 생겨도 한 번 시작한 활동은 끝까지 해내는 힘을 키워야 한다. 엄마 아빠가 부르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대답하거나 지시를 따를 줄 알아야 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주의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초등학교 입학 후에 심각한 주의력 문제가 생기기 시작할 수도 있다. 아직 어리니까 괜찮다거나 크면 저절로 나아진다는 막연한 기대로 중요한 시기를 그냥 놓쳐버리면 안 된다.
부모가 꼭 알아야 할 4가지 주의력
주의력은 중요한 자극에 집중하고 선택하는 능력이라고 이야기 했다. 주의력은 중요한 자극으로 아이가 정신 에너지를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인지 과정이다. 아이의 공부력을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전제 조건이 주의력이다. 과제를 수행할 때 효과적으로 집중하기 위한 필수 인지 능력이기도 하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혹시 아이의 주의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적절한 인지 훈련을 함으로써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력은 학자에 따라 그 종류를 조금씩 다르게 구분한다. 외부 자극의 종류에 따라 시각 주의력과 청각 주의력으로 나뉘고, 각각 필요한 자극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초점 주의력, 방해 자극을 억제하고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하는 선택 주의력, 계속해서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하는 지속 주의력,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 하다가도 필요한 과제로 주의를 돌릴 수 있는 전환 주의력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동시에 2~3가지 자극과 활동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분할 주의력과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기억하는 작업 기억이 있다. 모두 중요하지만, 주의력은 어느 정도 순차적으로 발달하기에 4~7세 시기에는 앞의 4가지 주의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초점 주의력
4살 수빈이는 TV나 게임, 유튜브 동영상에는 집중을 잘하지만, 밥을 먹을 때나 책을 읽어줄 때는 도통 가만히 있지를 못 한다. 블록 놀이나 퍼즐 맞추기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중간에 내팽개친다. 어떻게 보면 집중을 잘하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아닌 것 같아 헷갈린다. 수빈이는 초점 주의력이 부족하다. 자극적인 영상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것은 두뇌를 사용해서 생각하며 집중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극적인 영상이 아이의 감정 뇌를 건드려서 빠져든 것뿐이다. 퍼즐 맞추기나 그림 그리기 등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초점 주의력과는 전혀 다르다. 자칫하면 감각적 자극에 몰두해서 중독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엄마 아빠는 하루에 3시간씩 미디어에 노출시킨 것, 자동차를 타거나 외출하면 아이를 조용히 시키려고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준게 이런 결과를 가져 오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아이는 계속 엄마한테 스마트폰을 달라고 매달린다. 초점 주의력은 지금 당장 한 가지 과제에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수행하는 능력이다. 시각 이미지와 청각적 정보에 집중해서 이해하고 수행하는 능력이다. 초점 주의력이 부족하면 집중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선택 주의력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밖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이 흐트러져 일어나는 아이,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장난을 치는 아이, 미로찾기를 하다가 캐릭터 그림이 보이니까 갑자기 색칠을 시작하는 아이, 퍼즐을 맞추다가 조각을 보니 다른장면이 떠올라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아이. 이런 현상은 선택 주의력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선택 주의력은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시각과 청각 등 감각적 자극들이 있어도 현재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극만을 선택해 집중하는 능력이다. 주변의 불필요한 자극은 배제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집중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들어야 할 땐 청각적 선택 주의력이 필요하고, 눈으로 보고 정보를 얻어야 할 땐, 즉 그림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땐 시각적 선택 주의력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에 따라서는 둘 중 하나의 선택 주의력이 부족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다.
선택 주의력이 부족하면 과제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잊어버리고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 가 청각이나 시작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 이런 현상이 몇 달이 지나도 별 차이가 없다면, 섬세한 주의력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선택 주의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가장 먼저 주변 환경을 정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선택 주의력을 키워주기 위한 훈련을 지속해야 한다. 의외로 훈련 방법은 어렵지 않다. 시각적 선택 주의력이 부족하면 시각적인 정보 처리를 훈련하는 대표 방법인 숨은그림찾기, 다른그림 찾기, 미로찾기, 빠진 곳 찾기, 단어 찾기, 기호 찾기 등 다 양한 놀이가 있다. 청각적 선택 주의력이 부족하면 묻고 답하기, 숫자나 단어 또는 문장 따라 말하기, 노래 부르기 등의 방법이 있다. 뒤에 자세한 설명이 있으니 하루에 한 가지씩 아이와 함께 하기 바란다.
지속 주의력
지속 주의력은 말 그대로 일정 시간 이상 하나의 과제에 집중을 유지하는 힘이며, 한 가지 일을 끝까지 완수할 때 필요한 힘이다. 주의력 부족 중에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바로 지속 주의력이다. 지속 주의력이 부족하면 하나에 진득하니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주의가 흐트러진다. 조금만 지루하거나 피곤해도 산만 해진다. 시선이 분산되고, 다른 소리에 빠르게 반응하며, 과제는 하다 말다를 반복하고,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실수도 잦다. 자주 잊어버리는 현상은 기억력보다는 지속 주의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경우도 꽤 많다.
4~7세 시기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활동이나 대상에는 쉽게 집중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업이 지루해도, 학습지가 재미없어도, 누군가 옆에서 놀자고 해도 "잠깐만! 이거 다 하고 놀게" 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모습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 지속 주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흥미 없는 과제를 수행할 때 옆에서 지지해줘 끝까지 해내는 성공 경험이 중요하다. 아이가 집중하는 시간을 체크한 후 노트에 기록해서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면 매우 강력한 동기가 된다. 그렇지만 4~7세 아이는 아직 어리다. 과제 자체를 좀 더 흥미로운 대상으로 여기게끔 만드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흥미, 재미, 상상의 힘은 4~7세 아이가 지속 주의력을 발달시키는데 매우 강력한 도구임을 잘 기억하고 활용하면 좋겠다.
연우는 좋아하는 것에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5살에 한 글을 깨쳐 영특함을 보였고, 책을 열심히 읽어준 덕분인지 그때 부터 혼자서 책 읽기도 좋아했다. 책을 읽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불렀는데 대답을 잘 안 해도, 빨리 외출해야 하는데 책을 읽느라 엄마가 모두 준비시켜 안고 나가야 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 이런 행동이 문제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연우는 밖에서도 곤충이라도 발견하면 그냥 쭈그리고 앉아 구경 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은 6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문제가 되었다. 선생님의 지시에 전혀 따르지 않고 좋아하는 것만 하려고 하거나, 소풍을 가서 혼자 줄을 따라가지 않다가 사라져버려 모두를 혼비백산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야말로 좋아하는 것에만 꽂혀서 주의 전환이 되지 않는 아이다.
전환 주의력은 한 가지 과제에서 다른 과업으로 넘어갈 때 필요한 능력이자 정신적 유연성이다. 주의 전환이 잘되지 않으면 좋아하는 것에만 과집중하게 되어 다른 것에 관심을 돌리기가 어렵다. 국어를 공부하다 수학으로 바꿔야 하는데, 여전히 국어 책의 이야기에 빠져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던 아이들에게 전환 주의력이 부족한 경우가 무척 많다. 전환 주의력이 부족할 때 생기는 현상을 미리 이해하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아주 잘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정서와 주의력의 상관관계
주의력 부족을 보이는 아이 중에는 진짜 주의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 문제인 경우도 꽤 많다. 초등 2학년 현진이 엄마는 현진이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 무척 걱정되어 종합 심리 검사를 실시했다. 숙제할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학원에서 시험을 보면 성적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숙제가 많은 날은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온갖 핑계를 대는 것이 아무래도 주의력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리 검사 결과는 전혀 다른 원인을 가리켰다. 지능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고 주의력도 문제 되는 부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하지 못한 이유는 정서적 불안에 있었다. 공부가 어렵다고 느낄 때 아이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어렵다고 말하면 분명 혼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픈 건 진짜인데, 엄마가 믿어 주지 않고 오히려 혼내기까지 해서 아이의 긴장과 불안이 갈수 록 더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현진이는 공부는 무조건 싫고,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숙제라고 했다. 엄마는 무섭고,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놀고만 싶다고 표현했다. 그동안의 인지 교육으로 지능은 높게 나왔지만, 앞에서 언급한 페리 유치원 프로젝트의 결과처럼 점차 정서적인 문제가 심해져 주의력의 발휘를 막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현진이의 주의력 부족 중상은 어릴 적부터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 높아진 불안감의 결과였다. 심리 검사는 임상 심리사가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수용하면서 진행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불안이 진정되어 현진이는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고, 그래서인지 오히려 주의력 문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주의력 부족이라 판단이 될 때는 우선 아이의 정서적 문제가 주의력과 과제 수행력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어린아이일수록 꾀병이 아니라 정말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픈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공부력은 억지로 많이 시킨다고 해서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다. 4~7세 때부터 어려워도 잘 따라온다고 생각해서 무심해지면 안 된다. 결국엔 누적 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사춘기가 되면 모두 터져 나와 전혀 엉뚱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겠다. 현진이는 주의력 훈련이 아닌 정서 중심의 심리 치료를 진행 했다. 재미있게 놀면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심리 치료사의 충분한 공감과 수용적 태도로 쉽게 마음의 힘을 회복해갔다. 엄마는 뭔가 주의력 훈련을 구체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심리 치료사의 의견을 잘 따라줬다. 약 3개월가량의 치료가 진행된 시점부터 현진이의 정서는 눈에 띄게 안정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저절로 과제에 집중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하고 발표도 더 자주하는 모습을 보여 칭찬받기 시작했다. 그제야 엄마는 아이의 주의력을 위해서는 더더욱 정서적 안정이 중요함을 깨닫고 여유롭게 현진이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정서 상태가 주의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은 마라톤을 뛸 아이에게 발에 맞지 않는 운동화를 신겨준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참고서적>
4~7세 보다 중요한 시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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