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검사나 SAT 시험 그리고 성적 평점이 직업적인 성공 예측에서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지표이긴 하지만, 이것들이 훨씬 더 잘 못 맞히는 예측 분야가 있다. 바로 누군가가 천재이냐 아니냐를 예측하는 분야다. 이런 수치는 잘못된 긍정적인 예측(위대한 사람이 될 것 같던 인물이 나중에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과 잘못된 부정적인 예측(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보이던 인물이 나중에 세상을 바꿔놓는 위대한 사람이 된다)을 모두 낳는다. 물론 가끔은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사람이 진짜 천재일 때도 있다. 열 여섯 살 때 학급에서 1등을 했던 마리 퀴리나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지그문트 프로이트, 그리고 프린스턴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며 파이베타카파 클럽 회원이 된 제프 베조스가 그런 경우다.
존스킨스 대학교에서 영재들을 대상으로 한 평판 좋은 시험은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그리고 스테파니 저마노타(레이디 가가의 본명)가 천재의 잠재력을 가진 인물임을 확인했다. 한편 1920년 대부터 1990년대까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과 그 의 동료들이 1Q 135 이상인 청년 1,500명을 대상으로 실행했던 그 유 명한 '전재 시험'은 단 한 명의 천재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터먼의 한 동료는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었다. 퓰리 처상 수상자도 없었다. 피카소도 없었다"라고 보고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잘못된 부정적 예측을 당한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보자. 표준적인 IQ검사에 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것이며 파이베타카파 클럽 회원으로 선발되지 못했을 사람들 말이다. 찰스 다윈은 어린 시절 학교 성격이 얼마 나 나빴던지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기 가문의 명예를 더럽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의 이성이나 상상력 혹은 흥미가 도무지 발동하지 않 으니 나는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거나 하려고 해도 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말하는 학생 시절의 윈스턴 처칠은 그저 그런 변변찮은 학생일 뿐 이었다.물리학자로 노벨상을 받은 두 사람, 윌리엄 쇼클리와 루이스 앨버레즈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천재 검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두 사람의 IQ 점수가 너무 낮다는게 이유였다.
(해리 포터)를 쓴 혁신적 인 소설가J. K. 롤링은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눈에 띄게 부족했다"는 사실과 "강의를 빼먹고 커피바에 앉아서 소설을 쓰느라고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바람에 학교 성적이 형편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비슷하게 토머스 에디슨은 학창 시절의 자기 성적이 "반에서 머리가 아니라 발바닥"이라고 묘사했다.
스티브 잡스의 고등학교 평점 평균은 2.65였고,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Jack Ma)는 재수까지 했지만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프랙에서 수학과 목 120점 만점에 19점밖에 받지 못했다. 또 베토벤은 덧셈에 서툴렀으며 곱하기와 나누기를 끝내 익히지 못했다. 월트 디즈니는 평균 이하의 학생이었으며 수업 시간에 잠을 자기 일쑤였다. 마지막으로 피카소를 보자. 피카소는 알파벳 철자를 순서대로 외우지 못했으며, 또 2를 새의 날개로 본다거나 0을 몸통으로 보는 식으로 상징적인 숫자를 문자를 대체하는 것으로 바라봤다. 이 사람들이 표준화된 검사를 치럿다면 어떻게 됐을까? 천재로 인정받았을 사람은 분명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는 그런 표준화된 검사를 계속 사용하고 의존하는 것일까?
이유은 간단하다. 표준화된 검사이기 때문이다. 공통 적인 일련의 시험문제를 사용하면 수백만 학생의 인지발달 정도를 손 쉽게 평가. 비교할 수 있어서 미국이나 중국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무척 유용하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효율성을 얻기 위해 이해의 폭을 희생시킨다. SAT나 가오카오는, 문제의 전제에 의문을 품거나 끊임 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어떤 개념을 다시 생각하는 등의 여러 전략을 장려하는게 아니라, 어떤 문제에서든 이미 딱 하나로 설정된 측정 기준표를 들이댄다. 즉 아직 보이지 않는 과녁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과녁을 맞힐 때만 유효 점수를 준다. 또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소통보다는 수학과 언어 중심의 인지력이라는 제한된 범위에만 우선순위를 둔다. 내 주장의 요지는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시험이라는 방식으로 측정 하는 것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이런 시험이 충분할 정도로 폭넓고 유연해야 하며 또 미묘한 차이를 반영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의 표준화된 검사들이 효율적이긴 하지만, 천재의 잠재력 을 가려내기는커녕 인생에서의 성공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의도나 내용이라는 두 측면에서 모두 지나치게 협소하고 얄팍하다.
마사 그레이엄과 조지 발란신(게오르게 발란친)은 안무가인데, 이들 은 움직임과 관련된 상상력인 운동 상상력이 탁월했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와 마하트마 간디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선 사회적 관찰에 뛰 어났다. 버지니아 울프와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개인적인 성찰에서 뛰 어났다. 제임스 조이스와 토니 모리슨은 말과 언어로 하는 표현에 뛰어 났다. 오귀스트 로댕과 미켈란젤로는 시작적 • 공간적 추론에 뛰어났다.
바흐와 베토벤은 청각에 뛰어났다. 아인슈타인과 호킹은 수학적 • 논리 적 추론에 뛰어났다. 방금 언급한 인간 활동의 일곱 개 분야는 하버드 대학교 교육심리학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가 제시한 일곱 가지 인간 지성 양상으로, 가드너는 이것을 '다중지능'이라고 불렀다.그러니까 다중지능은 창의성이 샘솟듯 솟아나는 분야별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다중적인 개인 특성(지능, 호기심, 회복력, 끈기, 위험 감수, 자신감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능력)은 각각의 창의적인 분야에 한정 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특성을 천재가 효율적으로 구사하는 능력을 나 는 '다중 특성 지수'라고 부른다.
J. K. 롤링은 5억 부가 넘는 책을 팔았다. 살아 있는 어떤 저자보다도 많은 책을 팔았으며 젊은 사람들 사이에 독서 열풍을 일으켰다. 롤링은
2008년에 하버드대학교에서 졸업연설을 하면서 실패에 담긴 여러 미덕을 찬양하면서 상상력 및 인생에서의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 했다. 그리고 2019년에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한 게시물에서 작가로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다섯 가지 특성을 열거했다.
독서(호기심), 절제력, 회복력, 용기, 독립심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이런 개인적인 특성이 롤링 같은 천재의 눈에 중요하게 비친다면,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검사법은 왜 만들지 않을까? 어쩌면, SAT나 가오카오와 같은 대학입시 시험에 우리가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 닐까? 어쩌면,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적인 내용을 얼마나 잘 익혔는지를 평가하는 시험(SAT)이 아니라 한층 더 포팔적인, MQ's를 포함한 천재 태도 검사 Genus Aptitude Test. GAT가 우리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GAT에는 하부 항목이 있을 태고, 이 하부 항목에는 WHAT Work Hard Aptitude Test, 노력하는 태도 검사, DAT Passion Aptitude Test, 열정 태도 검사, CAT curiosity Aptitude Test. 호기심 태도 검사, SCAT Self- Conficence Aptitude Test, 자신감 태도 검사, 그리고 RAT Resilience Aptitude Test, 회복력 태도 검사 등이 포함될 것이다.
호그와트마법학교나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하려면 GAT에서 얼마나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까? 별로 높지 않아도 된다. 현재 많은 전문가가 과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려면 IQ로 따지면 115점에서 125점 이상만 되면 된다고 믿는다. 이보다 높은 점수 구간에서는 점수가 더 높다고 해서 창의적인 통찰이 더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과 제임스 왓슨 그리고 윌리엄 쇼클리의 IQ도 그보다 높지 않았지만 모두 자기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았다. 1949년 대학원에 지원하려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표준화 시험 GRE가 마련됐는데 이 시험은 800점 만점이다. 그런데 대학원에서는 대부분 700점 이상을 요구한다. 대학원 당국으로서는 '자격이 없는' 지원자를 빠르고 효율 적으로 걸러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내가 예일대학교 대학원에 진학 하겠다는 지원자들의 지원서를 30년 동안 살펴본 바로는 GRE 점수가 550점만 돼도 지원자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실제로 2014년에 <네이처> 에 실린 논문 <실패하고 마는 시험>에는 메릴랜드대학교 칼리지파크의 교육학과 윌리엄 세들라책 명예교수의 다음 말이 인용됐다.
"시험과 궁극적인 성공 사이에는 아주 미미한 상관성만 있을 뿐이다. 세들라 책은 GRE 중심에서 탈피해서 추진력, 끈기,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 등과 같은 특성을 추정하는 과정을 입학사정 절차에서 강화할 것을 추천했다. 아울러 GRE 점수가 어느 정도 수준이면 지원자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400점이면 된다고 답했다.
또 하나의 의문. 아이비리그의 모든 대학을 과연 당연한 듯이 과대평가해야만 할까?
노벨상 수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어떤 학생이 하버드나 예일 혹은 프린스턴에 입학하는 것이나 그 외 상위 15퍼센트에 드는 다른 아무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나 그 학생이 나중에 위대한 인물이 되는 데는 별 차이가 없음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과 중국의 학부모는 SAT 성적을 조작하고 입학사정관에게 뇌물을 주면서까지 자기 아이를 앞에 '아이비'라는 딱지가 붙는 대학교에 보내려고 할까? 이런 입시부정 사건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2019년에는 FBI가 '대학 대표팀의 우울 작전 operation Varsity Blues'이라는 작전명으로 위에 언급한 바로 그 부정입학사건을 수사했다. 도대체 왜 학부모들은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 면서까지 가치가 의심스러운 시험 점수를 조작하려고 할까? 왜 이 학부 모들은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배우고 회복력을 개발할 기회를 자기 아이에게서 박탈하려 들까? 예일대학교 축구부 감독이면 후디 메레디스는 (나와 내 딸은 이 사람이 여자 축구팀을 이끄는 모습을 즐겨 지켜보곤 했다) 학생 두 명의 입학지원서를 허위로 조작하는 대가로 86만 5,000달러를 받아내려 한 협의를 인정했다. 이 사건뿐만이 아니다. 거의 해마다 적어도 한 곳 이상의 대학교에서 입시생의 시험 성적을 조작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하지만 나는 예일대학교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캠퍼스를 방문할 때마다 늘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에는 훌륭한 대학교가 적게 잡아도 300곳은 됩니다. 어느학교를 선택해서 들어가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교가 아닙니다. 그 학교 안에 있는 당신 혹은 당신 자녀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IQ가 천재를 가려내주며 SAT가 성공의 지름길이고 하버드나 예일이나 프린스턴이 아니면 열등한 대학교라는 오래된 그리고 잘 못된 신화는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어쩌면 지금은 한 걸음 뒤로 물러 나서, IQ나 표준화된 이런저런 시험에 의지하고 엘리트 교육에 집착하는 우리 태도가 과연 사회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시민을 올바르게 육성 하는지 진지하게 물어볼 때가 아닐까 싶다. 인지 분석의 천부적인 재능을 중시하는 검사(IQ)와 IQ를 포함한 다중특성지수를 따지는 검사 가운데서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까? 다들 천재가 될 수 없으리 라고 예측했지만 그 예측이 틀리고 말았음을 입증한 사람들(베토벤, 다원, 에디슨, 피카소, 디즈니, 잡스 등)이 널려 있음은, 천재는 IQ 차원을 넘어 서며 또 '똑똑하다'는 말도 여러 가지 내용을 뜻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감춰진 천재성을 발견하는 검사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과제이다. 바로 여기에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다음 말을 덧붙이면 적절할듯하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그런데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는 능력만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자기가 멍청이라고 믿으며 평생을 살 아간 것이다."
-Albert Ei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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