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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봉춤 댄서?"

by lowen 2024. 2. 24.

"창의력은 서로 다름을 수용하는 것에서 나온다."
미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패션디자인 학과장 윌리 월터스(Willie Walters)

 

 


미국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 When I Grow up...
수업 끝날 쯤에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내일까지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그려오세요."

집에 돌아온 쟈넷은 거실 바닥에 엎드려 턱을 괸 채 고민에 빠졌다.

 

"뭘 그리지?"

잠시 뒤 쟈넷은 하얀 도화지에 크레용으로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완성한 뒤 위아래 여백에 이런 문구도 적었다.

 

"나도 크면 엄마처럼 될래요(When I grow up, I want to be like mommy)."

엄마에 대한 어린 딸의 절절한 사랑과 신뢰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다음날, 쟈넷은 담임 선생님에게 그림을 제출했다.
며칠이 지난 뒤에 담임 선생님은 반 아이들의 그림을 스캔하여 학교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 네티즌이 우연히 자넷의 그림을 발견하고는 이를 자신의 사이트로 옮겨 갔다. 그러면 서 논란이 일어났다.
그림 속 긴 머리의 엄마는 유흥업소에서 봉춤을 추는 댄서이고, 짧은 머리의 남자들은 그 춤을 보고 팁을 내미는 손님이라는 메시지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 나갔다.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어떻게 유흥업소 댄서가 자기 직업을 어린 딸에게 당당히 알릴 수 있냐"는 것이었다.

"딸도 봉춤 댄서를 만들 작정인가!" 하는 볼멘소리도 넘쳐 났다.


혹시 위 그림을 접한 당신도 그렇게 생각했나요? 잠시 머리를 식히고 다시 한 번 자넷의 그림을 보자. 정말 이 그림이 네티즌들의 생각처럼

'유흥업소에서 봉춤을 추는 여성'으로 보이나요? 사실 자넷의 엄마는 댄서가 아니다. 자넷의 엄마는 집을 꾸미는 데 필요한 온갖 재료를 판매하는 'Home Depot'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어린 쟈넷은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생각하다가 폭설이 내린 지난 겨울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삽을 사려는 주민들에게 열심히 삽을 판매하는 엄마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실은 그러했음에도 어른들(네티즌)은 세상의 찌든 왜곡된 모습만을 떠올렸다.  순진무구한 동심을 둘러싸고 한바탕 벌어진 소동은 기성 세대들에게 고정관념의 무서움을 잘 일깨워준다.

우리는 아이들의 그림을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다. 위의 사례처럼 어른은 아이들이 주는 그림의 의미를 한 눈에 잘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그림을 설명을 듣지 않는다면 이런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일쑤다. 그래서 최소한 초등학교 2학년때 까지는 아이의 그림을 듣자. 섣불리 어른의 시선으로 판단하지 말고 아이에게 물어보고 "그렇구나"하고 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어린시절 아이의 그림을 올바로 바라보는 방법이다.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의 그림을 판단하면 위와 같은 사례를 수도 없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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