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두 남학생 사이에 말다툼이 일어났다. 언쟁이 점점커지자 둘은 각자의 친구들에게 소위 'SOS'를 요청했다. 혈기 왕 성한 아이들은 두 패로 갈라져 서로의 친구를 위해 싸우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격해져 몸싸움으로 치닫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했다. 사건이 수습된 후 경찰의 심문에 한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처음에는 싸울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도와 달라고 하니까..."
우리 모두는 살면서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거절을 당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거절하는 방법을 모르는 탓에 남에게 휘둘리는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곤 한다. 또는 거절의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어 우정에 금이 가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도와주거나 기쁘게 해 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받아들인 부탁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되어 부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 간에 충돌을 야기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아이가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도록 가르 칠 수 있을까? 하버드의 교육 전문가들은 다음의 방법을 추천한다.
첫째 좋고 그름을 분별하게 하라
부모는 아이에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곧 우정을 깨는 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일러 주어야 한다. 특히 누군가가 우정을 빌미로 '순종'을 요구한다면 이후 악순환에 빠져들기 쉬우므로, 상대의 기쁨이나 소위 '의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자. 진정한 친구는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며 한번부탁을 거절했다고 해서 모른 척하는 사람이 아니다. 늘 좋은 사람 역할만 하다가는 결단력 없고 패기 없는 모습으로 비치기 십상이며, 친구들 사이에서 존중받지도 못한다.
둘째 거절이 필요한 경우를 알려 주어라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인데도 체면 때문에 승낙했다가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승낙하기 전에는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며, 거절하는 일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나중에 약속을 어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셋째 거절하는 상황을 연습하라
거절해야 하는 상황을 설정해 놓고 아이와 함께 연습을 해 본다. 부모가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의 역할을 맡은 뒤 아이가 원만하게 거절하는지 관찰하고, 그때그때 거절의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면 된다.
넷째 거절이 어렵다면 우선 전화나 메시지로 대체하게 하라
아이가 여전히 거절하기를 어려워한다면, 우선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거절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자. 가령 아이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거절하겠다는 의사와 그 이유를 밝히고, 상대가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 전하게 해 본다.
다섯째 상대가 수용할 만한 이유를 들어 거절하게 하라
아이가 누군가의 부탁이나 요구를 거절하려 할 경우, 먼저 상대방이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이유를 미리 생각해 두게 한다. 그리고 이를 설명할 때는 최대한 완곡한 표현을 사용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신경 쓰게 하자. 혹은 상대와 아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해 줌으로써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도록 도와주자.
여섯째 부모가 대신 나서 주지 말라
소심하고 용기가 부족한 아이는 남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부모는 아이를 대신해 거절을 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은 아이가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길 기회를 앗아 가는 것이다. 결국 아이는 갈수록 더 소심해지고 '아니오'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현명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어선 안 되듯이, '나 에게도 누구든 자기 뜻대로 강요하거나 마음대로 휘두를 순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자. 반대로, 상대가 부탁이나 요구를 거절하는 경우 아이가 이를 의연하게 받아들이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