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이 높은 아이, 그 뇌는 어떨까?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을 '사회성이 좋다'라고 말한다. 그럼 이러한 타고나는 것일까? 사회성과 관련된 기질은 부모가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분과 뇌가 발달해야 갖출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이가 다른 아이한테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하거나, 자신의 기분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자기 뜻을 주장하는 사회적 기술은 부모가 가르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성의 중요한 요소인 고통에 대한 공감, 따뜻한 감성, 호감, 위로 등은 여기에 필요한 뇌의 신경회로와 호르몬 체계가 만들어져야 갖출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고통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등의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 즉 사회성을 담당하는 부위는 전두엽, 두정엽, 소뇌 등이다. 뇌량은 좌뇌와 우뇌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한다. 부모가 아이의 뇌량이 잘 발달할 수 있게 도와야 아이의 사회성이 안정감 있게 자라는 것이다.
전두엽은 좌뇌와 우뇌로 나뉘는데, 좌뇌는 언어적 정보를 처리하고 따뜻하고 긍정적인 감정들을 알아낸다. 우뇌는 비언어적 정보를 처리하는데, 고통이나 전반적인 감정 상태를 파악할 뿐 아니라 몸과 일체가 되어 아이가 느끼는 감정적 경험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좌뇌가 세부적인 정보를 처리한다면 우뇌는 전체적으로 파악한다. 두정엽은 공간 지각에 관여하는데, 다른 아이와 너무 가까이 있거나 멀어지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부모가 아이를 자상하게 보살피면 두정엽과 전두엽이 연결되어 조화로운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해진다. 생후 24개월까지 전두엽에서는 학습과 관련된 신경회로와 불안을 관리하는 신경 체계들이 만들어진다. 소뇌는 전두엽과 연결되어 다른 아이의 말에 적절하게 반응하게 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게 한다. 뇌 과학자들은 최근에 소뇌가 사회적 행동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주변 사람이나 상황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자폐아들은 이 부위가 변형되어 있었다.
아이가 사회성을 형성하는 데는 뇌량의 발달도 중요하다. 뇌량은 •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섬유 다발을 말한다. 이것이 잘 발달해야 좌뇌와 우뇌의 소통이 원활해진다. 그런데 아이들의 뇌량은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에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좌뇌의 특징 혹은 우뇌의 특징이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좌뇌가 우세한 아이는 사회성과 공감 능력이 부족해 다른 아이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하다. 우뇌가 우세한 아이는 감정적이다. 자기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바닥에 드러누워 몸부림은 치기도 한다. 좌우뇌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회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매사 두려워하고 초조해한다. 유독 뇌량의 발달이 더딘 아이는 이제껏 해왔던 익숙한 방식만 고집하고, 어떤 일이든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고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뇌량을 어떻게 발달시켜야 할까?
아이가 경험한 것을 두고 그 느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또한 어떤 감정에 대해 적절한 단어로 표현, 발산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 생각 등을 정확하고 파악하게 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해 보도록 연습시킨다면 좌뇌와 우뇌의 소통을 담당하는 뇌량이 점차 발달할 수 있다. 아이가 격한 감정으로 떼를 쓸 때는 뇌량을 발달시킬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이의 감정을 받아준 후 떼쓰기가 아닌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부모의 다정한 스킨쉽이나 정서 교류는 배 안쪽 전두엽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킨다. 또한 세로토닌은 사회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정서를 안정시키고 공격성을 줄여서 다른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도록 한다. 뇌의 세로토닌 수치가 낮으면 아이는 충동적으로 되어 자주 화를 내거나 불안해한다. 또한 기분이 쉽게 나빠지고 자신의 감정을 평온하고 차분하게 유지하기 어려워한다.
세로토닌은 부모의 육아법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이가 부모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이 훼손될 수도 있다. 부모와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아이는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가게 된다. 그리고 그런 행복은 평생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준다. 엔돌핀, 도파민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관련이 있다. 부모와 정서적 교류가 이루어지면 아이의 뇌에서는 엔돌핀과 도파민이 환발하게 분비된다. 엔돌핀은 심리적 안정에 관여하고, 도파민은 활력을 느끼게 해 아이를 사랑, 안정, 활력이 조화로운 사람으로 만든다. 또한 뇌줄기 깊숙이 있는 청반이라는 부위는 우리가 즐거움을 느낄 때 환발하게 작용한다. 마곳 선더랜드(Margot Sunderland)는 이 청반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을 뇌 전체에 보내면 상황, 얼굴, 생각이 더 확실한 기억으로 저장된다고 말한다. 이런 즐거운 기억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다른 아이에게 호감을 준다고 믿게 되고, 다른 아이와 어울리는 것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성은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부모와의 즐거운 시간 속에 사회성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셈이다.
공감을 통해 사회성을 키워주는 구체적인 방법 4가지
첫째. 짧은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부모가 아이와 정서적인 교류를 할 때는 긴 문장, 어려운 단어, 복잡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쉬운 단어가 담긴 짧은 문장으로 아이의 감정을 표현해 주면서 대화한다.
둘째. 다른 아이의 슬픔이나 아픔에 관심을 두고 공감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사회성은 공감에서 출발한다. 공감 능력은 선천적인 특성이 강하지만 경험을 통해 차근차근 성장시킬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그 감정이 부정적이더라도 이를 거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읽어준다. 내 아이의 감정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의 슬픔이나 고통에 관심을 두고 그 감정도 그대로 읽도록 도와준다. 그다음, 자신의 감정이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그 자체로 인정하게 한다. 나의 감정과 남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용기 있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그다음 단계인, 타인의 슬픔이나 아픔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셋째, 다른 아이와 관계 맺는 경험을 갖게 한다. 사회성이 높은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도 잘 파악한다. 그러려면 우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느끼는지 생각하고 반응과 태도를 보일 수 있도록 경험을 늘려야 한다. 놀이로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다른 아이의 입장에 서보게 하는 것도 좋다. 이는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을 동시에 파악하게 할 뿐 아니라 남의 말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른 아이와 대화할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팁을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대화할 때 나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같은 비율로 섞이는 것이 좋고, 너무 가까이 다가서거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며, 대답을 너무 빨리 혹은 너무 늦게 해서는 안 되고, 화제에서 벗어난 엉뚱한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넷째, 훌륭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 능력을 길러준다. 많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훌륭한 리더로 키우고 싶어 한다. 그런데 부모들의 바람대로 모든 아이가 리더가 된다면, 그 리더를 따르는 구성원 역할은 누가 할까? 집단이 잘 운영되려면 리더가 있고 구성원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성이 높은 아이는 다른 사람을 리드할 줄도 알고 적절히 따라갈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아이와 갈등하거나 대립할 때는 남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고 적절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구성원이 화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참고 서적>
두뇌 성격이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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