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으로 벼랑 끝에 선 아이들 이혼 가정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혼은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제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거의 5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결혼한 두 쌍 중 한 쌍은 이혼한다는 얘기입니다. 부모들은 맞지 않은 배우자와 으르렁거리며 불행하게 사느니 차라리 갈라서고 각자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이혼하지만, 그로 인한 후유증은 고스란히 아이들 몫이 됩니다.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자 자살의 63퍼센트, 가출 및 노숙 청소년의 90퍼센트, 행동장애와의 80퍼센트, 고교 중퇴자들의 71퍼센트가 결손 가정의 아이들입니다. 이혼이 아이에게 남기는 상처가 가히 파괴적인 수준입니다. 이혼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수명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세 이전에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평균 수명이 4년 정도 짧았습니다. 하지만 부모 중 한명이 일찍 사망해서 한 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들의 경우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의 사망보다 이혼이 아이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뜻입니다.
이혼 후 재혼, 아이들은 더 혼란스럽다.
부모의 이혼만으로도 아이들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부모의 이혼도 감당하기가 어려운데, 부모가 재혼하면 또 다른 혼란과 불안이 더해집니다. 물론 재혼 가정을 깎아내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훌륭한 계부, 계모가 많음을 인정합니다. 다만 사람이 아닌 환경 자체에서 생기는 문제가 생각보다 많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주는 혼란이 얼마나 큰지를 이야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두 가정이 합치면 부부가 친자식을 키울 때는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계모가 자기 아이에게 먼저 밥을 퍼줘도 서운함을 느낄 수 있고, 아이가 학교 갈 때 인사를 안 하면 친부모가 아니라서 무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상황 자체가 별것 아닌 일도 오해를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부끼리도 아이들이 싸울 때 누가 누구 편을 드는지를 놓고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부모의 이혼은 아이의 감정에만 혼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에 혼선을 주기도 합니다. 부모가 다른 상대와 잠자리하는 데 대해 혼란스러워하며 자신의 이성 관계를 엉뚱하게 몰아가기도 합니다. 새 배우자를 찾기까지 여러 명의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경우도 생깁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즉흥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의 이성 친구에 대해 한마디 하면 "아빠는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면서 왜 나는 못 만나게 해?"와 같은 말을 중학생 자녀가 하기도 합니다.
싸우며 원수처럼 사는 것도 이혼 못지않게 나쁩니다. 이혼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가를 이야기하면, 많은 부부가 싸우며 원수처럼 살더라도 이혼만큼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배우자는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밉지만 자식 때문에 꾹 참고 산다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부부가 갈등하며 싸우는 모습 또한 이혼 못지않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사실 이혼 자체가 아이들을 힘들게 만든다기보다는 이혼하는 과정에서 아이를 이용하여 상대 배우자를 탓하거나 보복하려고 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부 갈등을 해소해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 없이 그저 아이들 때문에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혼 후유증, 최소화하는 방법
이혼은 분명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줍니다. 하지만 부모가 이혼했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모두 불행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25년간 이혼한 부부를 지속해서 관찰한 윌러스타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혼한 부부의 자녀 중 약 25퍼센트는 별문제 없이 잘 성장했습니다. 학업 성적도 우수했고, 대인관계도 원만하게 잘 풀었습니다. 결혼생활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부모의 이혼을 겪으면서 오히려 적응력이 더 향상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폭도 더 넓었습니다.
그런 부모들은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통 이혼하면 배우자에 대한 원망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들의 부모는 달랐습니다. 비록 엄마와 아빠는 서로 맞지 않아 헤어졌지만, 아빠로서는 혹은 엄마로서는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또한 부모의 이혼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얘기를 분명히 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살 경우, 엄마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가도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엄마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 경우, 이혼 후유증이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엄마가 이혼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포자기해 술을 마시고 우울해하면 아이는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집니다. '너를 낳는 바람에 할 수 없이 결혼했던 거야"와 같은 말도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줍니다. 가뜩이나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이 자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엄마에게서 직접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의 죄책감은 더 커져 이혼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배우자가 싫으니 자식들도 보기 싫고 귀찮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부 문제와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는 별개입니다. 부부의 문제로 아무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만큼 잔인한 일도 없습니다. 부모가 이혼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니,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감정 상담도 아이의 이혼 후유증을 없애주는 좋은 치료 방식입니다. 이혼율이 높은 미국에서는 이혼의 후유증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여러 가지 심리 치료법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임상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방식은 감정 상담뿐입니다.
아이와 함께 노력하면 된다.
부부는 서로가 맞지 않아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하더라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의 이혼에 대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직접 설명해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좋아하지만 살면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이 생겼어. 그래서 잠시 떨어져서 서로 좀 더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려고 해"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아이들의 감정을 위한 절제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때 아이들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도 엄마, 아빠는 너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꼭 기억해 줘"와 같이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위로해 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혼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를 통해 아이들과 더욱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감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긍정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면 아이들도 부모의 이혼으로 혼란스러웠겠지만 조금씩 건강한 자신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참고서적
<내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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