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주 어리면 부모는 자신이 아이의 전두엽 그 자체라 할 정도로 모든 것을 생각해서 대신 챙겨준다. 부모는 아이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먹는 것, 자는 것 등 기본적인 행동을 살피고, 아이가 기분이 상하거나 힘들어하면 문제를 해결해준다. 갓 태어난 아기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먹고 자고 우는 것밖에 없다. 모든 것을 부모가 해주는 대로 온전히 의지한다. 그러나 생후 5~6개월이 되면 아기는 일부 능력을 발달시키기 시작한다. 5~6개월 된 아기가 발달시킬 수 있는 실행능력은 반응억제다. 반응억제는 사람이나 상황에 반응을 하거나 하지 않는 능력으로, 행동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능력이다.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6개월쯤 된 아기가 반응억제를 발달시키기 시작하면 부모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놀라운 변화를 목격한다.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 반응억제는 눈에 띄게 발달한다. 9개월 된 아기가 옆방에 있는 엄마를 향해 기어가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불과 한두달 전 까지만 해도 아기는 엄마에게 기어가다가 도중에 좋아하는 장난감이 보이면 정신이 쏠려 가던 길을 멈췄다. 그러나 아기가 9개월에 이르면 장난감을 지나쳐 곧장 엄마에게 기어간다. 또한 이 시기에 아기는 상황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거나 억누르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 무렵 아기의 반응을 이끌어내느라 이것저것 시도해봐도 아기가 전혀 반응하지 않거나 아예 몸을 돌려버리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마치 아기에게 거절당한 기분 마저 든다. 이처럼 아기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특정한 사람이나 상황에 반응하는 것과 반응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 배우기 시작한다.
5~6살쯤에는 친구가 장난감을 뺏으려 하면 그 아이를 때리는 대신 말로 제지할 수 있게 된다. 11살이 되면 도로에 공을 주우러 곧장 뛰어들지 않고 주변을 살피게 되고, 17살이 되면 이 오토바이가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지 한번 시험해보자."라고 부추기는 친구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한속도 까지만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행능력 가운데 작업기억도 이 시기에 발달하기 시작한다. 작업기억이 없는 아기는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를 맡지 못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6개월쯤 지난 아기는 사물이나 장소, 사람이 눈앞에 없더라도 그에 대한 시각적 정보를 유지하는 능력을 발달 시킨다. 이것은 아기가 자신의 세계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또한 작업기억 이 생기면 뭔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엄마가 방을 나간 뒤 곧바로 돌아오지 않으면 아기는 엄마를 마지막으로 본 장소를 바라 보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면 엄마가 급히 돌아온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아기는 '빨리 엄마가 돌아오면 좋겠어. 내가 울면 엄마는 돌아와. '라고 이해 한다.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작업기억을 통해 과거의 일을 떠올리고 그것을 현재의 상황에 적용하며 앞으로의 일도 예상한다. 예를 들어 14살 아이는 '지난 토요일에 엄마가 청소하는 것을 도와드렸더니 끝나고 함께 쇼핑을 갔어 오늘도 엄마 일을 도와드리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몰라'라고 생각한다. 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17살 자녀가 '사장님이 밤 근무를 해달라고 하면 거절 해야 할 것 같아. 지난번에 시험 전날 늦게까지 근무하는 바람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서 성적이 엉망이 됐으니까.'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의 작업기억을 발달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툭! 치면 움직이거나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할 수 있다. 아기는 자신이 툭! 칠 때마다 장난감이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원인과 결과를 배운다. 또는 장난감을 숨기고 찾아보게 하는 놀이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기가 말을 배우게 되면 부모가 알려준 지시나 규칙을 기억해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아기에게 "이걸 하려면 뭐가 필요 하지?" 또는 "지난번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했더라?" 하고 물어볼 수 있다.
아이가 아동기를 거치는 동안 여러 실행능력이 생겨나고 발달한다. 청소년 기에 이르면 아이는 이 모든 능력을 활용한다. 하지만 10대의 실행능력은 아직 미숙한 상태이므로 자녀가 문제상항이나 위험에 처하면 부모가 생각해서 아이를 지속적으로 도와야 한다. 저녁에 외출하기 전에 방에 양초를 켜둔 채로 나가는 딸도 있을 것이고, 보호자 없이 야밤에 PC방에 가려는 아들도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의 청소년이 여전히 저조한 학업성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술, 담대, 성관계를 하는 10대도 있을 수 있다. 부모는 10대 자녀가 미숙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10대 자녀의 행동은 상황에 따른 것일 때가 많다. 지금 당장 경험하는 것에 크게 영향받기 때문에 TV, 모바일게임, 컴퓨터 등과 같이 즉각적인 만족을 얻는 상황이나 활동에 끌린다. 또한 친구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10대들은 현재에 집중할 뿐 자신의 행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부모는 실행능력이 취약한 자녀를 보고 있는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해야 아이가 그속에서 깨달음을 배울 수 있다. 부모는 10대 자녀가 실패를 통해 얻게 될 경험과 치르게 될 책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실행능력이 크게 취약한 자녀를 둔 부모에게 수영하는 법을 가르려면 "아이를 물에 던져 넣으세요"라고 조언했다가는 아이가 정말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큰 실패는 피하면서 자녀가 위험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모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충분히 활용해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스스로 해볼 기회를 줄 때 부모가 개입해서 결정 내려야 할 때를 파악할 수 있도록 지침을 주어야 한다. 10대에게 다행스러운 점은 청소년들 역시 독립에 대해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모두 느낀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의 생활에 참견하는 것을 못 견뎌하지만 때로는 조언과 도움을 얻기 위해 부모를 찾기도 한다. 이처럼 부모는 청소년기를 큰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이의 뇌가 실행능력을 습득하고 연습하기에 아주 적합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있는 자녀와의 관계에 적절한 변화를 준다면 부모는 자녀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는 동시에 독립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완변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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