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무런 특징이 없는 숫자는 단어나 그림보다 기억하기가 어렵다. 이 숫자에 대한 기억은 '단기기억'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단기기억 저장은 7개의 숫자를 넘지 못한다. 기억은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시간에 따라 단기기억, 감각기억, 장기기억으로 구분된다. 단기기억이란 20~30초 동안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기억능력을 말한다. 단기기억에는 용량의 한계가 있는데, 숫자나 문자, 단어의 경우 약 7개가 한계다. 감각기억이란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감각정보를 유지하는 것으로, 더 이상 감각자극이 없는 경우에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시각적 패턴이나 소리, 감촉 등을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참 동안 어떤 물체를 보다가 눈을 감았을 때 잠시 보이는 선명한 이미지가 감각기억이다. 장기기억은 1분 이상, 또는 영원히 잊히지 않는 기억을 말한다. 장기기억의 저장량은 거의 제한이 없다. 우리의 기억은 매우 짧은 기간 즉 1, 2초 동안 감각기억에 저장되었다가 주의를 받으면 단기기억으로 넘어간다. 단기기억은 반복 또는 암송을 통해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고 그렇지 못한 정보는 잊어버리게 된다.
'언어 기억력 검사'나 '숫자 기억력 검사'는 모두 단기기억을 아아보는 검사에 속한다. 하지만 분명 9개의 숫자를 모두 기억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우리가 114에 문의한 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알려준 전화 번호를 되뇌는 것처럼, 여러 번 소리 내어 숫자를 중얼거렸을 것이다. 이렇게 수자를 여러 버 발음하면 확실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눈으로만 숫자를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이 방법, 즉 여러 번 소리 내어 발음하는 것은 뇌가 가진 두 번째 특성과 연관이 있다. 즉 뇌는 소리를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획득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생각하거나 말로 되뇌는 과정을 '시연'이라고 한다. 이렇게 소리르르 이용해서 시연을 할 경우 기억은 30초이상 유지 된다. 따라서 단기억의 용량을 늘리거나 그것을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하고 싶다면 시연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1959년 피터슨L R. Peterson과 피터슨M. J.Peterson은 단기기억 정보는 시연을 하지 않 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속도로 소멸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서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시연을 하지 못하도록 MVK 같은 의미 없는 세 자음을 제시 하고 곧이어 491 같은 숫자를 들려준 후 그 숫자를 3씩 빼면서 거꾸로 세도록 했다. 그리고 숫자를 거꾸로 세기 시작한 3, 6, 9, 12, 18초 후에 각각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를 체크해보았다. |
시간이 길어질수록 철자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친숙하지 않은 정보를 기억하려고 할 때 , 시연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단기 기억력이 급속하게 낮아졌다. 시연 없이 정보를 거억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20~30초에 불과했다.
아이들의 경우는 어떨까? 1966년 플라벨 J H. Flaval 등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5세, 7 세, 10세의 아이 각각 20명에게 물건이 그려진 그림을 일곱 장씩 보여주고 그중 세 장을 차례로 지적한 후 약 15초 후에 지적한 순서대로 세 장의 그림을 골라내게 했다. 그림이 지적된 후 15초 동안 아이들이 그림을 볼 수 없도록 눈을 가리고, 그림의 이름을 시연하는지를 입술의 움직임을 통해 관찰했다. |
관찰 결과 5세 아이는 2명, 7세 아이는 12명, 그리고 10세 아이는 17명이 입으로 반복 시연을 했다. 시연을 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아이들 역시 시연을 사용하며, 연령이 높 아짐에 따라 시연을 사용하는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듬해에 이루어진 후속연구 결과도 흥미롭다. 그림의 이름을 시연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그림 순서를 더 잘 회상했다.
그런데 시연을 하지 않은 아이에게 시연 방법을 설명해주자 금세 시연을 하는 아이의 수준까지 기억량이 증가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다음 실험에서는 시연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시연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플라벨은 아이가 특정 정보를 기억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거나, 주어진 정보에 대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반복 시연은 생각보다 상당한 노력과 주의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아이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의 숫자 기억력 테스트 결과에 대해 기억한 숫자의 개수가 '7개' 이상이면 잘한 것이라고 밝혔다. 왜 하필 7'이라는 숫자를 언급한 것일까? 조지 밀러ceorge Miller는 「마법의 수7±2」라는 논문에서 사람들은 친숙하지 않은 정보를 기억하게 했을 때 대략 7개 정도의 항목을 회상할 수 있으며, ±2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이 단기기억의 저장용량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것은 성인을 기준으로 나온 연구다. 단기기억의 양은 연령이 높아지면서 증가하므로 아이는 이보다 더 적게 기억한다. 유치원생은 3~4개 정도, 7세는 5개 정도다. 유아의 경우 단기기억 검사에서 수행능력이 떨어지며, 감각기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아는 아동에 비해 빨리 잊어버린다.
<참고서적>
아이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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