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비행」 이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 소녀가 철새의 알을 우연하게 주워 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다음에 매우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는데요. 갓 부화한 철새 새끼들이 소녀를 자신의 어미로 생각해 낮이고 밤이고 쫓아다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각인imprinting' 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외운 구구단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것처럼 머릿속에 완전히 박혀버리는 현상이죠. 각인은 발달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 에 생겨납니다. 발달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시기에 접한 자극은 쉽고 빠르게 기억되며, 한번 저장되면 잘 잊혀지지 않습니다. 마치 창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환기가 잘 되는 것처럼 발달할 수 있는 창이 환짝 열려 있는 상태에서 받아들인 자극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든 영역과 능력이 동시에 결정적 시기를 맞는 것은 아니거든요. 영역별로 가장 잘 발달할 수 있는 시기는 저마다 달라요. 의학자, 생리학자, 심리학 자들은 이러한 결정적 시기를 연령별로 구문하여 뇌 발달의 단계를 제시했습니다.
1단계는 오감이 발달하는 단계로 0세부터 3세까지를 말해요.
아기의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로 인지, 정서를 비롯하여 인간의 모든 정신활동이 골고루 발단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다만 학습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감각 정보의 발달을 의미해요.
2단계는 전두엽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 단계로 3세에서 6세까지를 말해요.
이마 뒤에 위치한 전두엽은 사고, 판단, 언어, 감정, 도덕성, 인간성등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능과 작용에 적극적 으로 관여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적 기능과 성품의 기초가 만들어지는 시기인 것입니다.
3단계는 언어 발달의 단계로 6세부터 12세까지입니다.
언어를 담당하는 영역은 주로 측두엽인데요. 3단계 이전까지 모국어를 학습했다면, 이 단계부터는 모국어와 다른 언어를 구별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급격하게 성장하게 됩니다.
4단계는 시각피질이 자리 잡고 있는 후두엽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입니다.
시각피질의 발달 덕분인지 이 시기의 청소년들은 외모에 특별히 신경을 쓰며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인지하는 자아개념을 갖게 됩니다. 각 단계별로 결정적 시기를 맞게 되는 영역이 다르다는 것은 결국 양육환경의 초점이 단계별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환경과 자극을 한꺼번에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과 자극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결정적 시기에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서적>
아들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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