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사회성의 열쇠, 거울 뉴런 시스템
부모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어떤 마음인지 잘 알아 냅니다. 그런데 아이도 부모의 표정과 눈빛을 통해 부모의 마음을 읽어 냅니다. 이는 표정을 읽고 감정을 알아채는 것이 학습이 아니라 타고난 능력임을 알려주는 예입니다. 2020년 심리학회지 <가족심리학저널 Jourmal of Family Psychology)에 실린 워싱턴주립대학교 사라 워터스Sara Waters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색하지 않아도 자녀는 부모의 스트레스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감지하고 심리적으로 그 불안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은 우리 뇌에서 상대방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신경망인 거울 뉴런의 기능입니다. 인간의 거울 뉴런 시스템은 그 어떤 동물보다 가장 정교하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는 상대의 감정을 읽고 행동을 모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거울 뉴런 시스템은 아이의 발달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할까요?
첫째는 언어 능력이 발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앞서 언급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 프레드릭의 실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에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으면 아이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아이는 문법이나 어법을 공부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양육자의 말소리와 표정. 말투를 통째로 따라 하면서 언어를 획득합니다. 언어 발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거울 뉴런입니다.
두 번째로 운동 기술을 배우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숟가락질, 젓가락질과 같은 기본 생존 운동부터 공차기, 던지기 등의 기본 스포츠 동작까지 아이들은 어른의 시범을 따라 하면서 그 기술을 습득 합니다.
세 번째로 어울림을 배우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도•동기•감정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며 공감 능력을 키우고,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 어울릴 줄 아는 사회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마음이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인간은 내재적으로 이 '마음이론'을 갖고 있어서 자신과 타인의 마음, 행동의 의미 등을 이해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적절한 관계를 맺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으로 발달한다는 이론입니다. 이러한 마음이론이 바로 거울 뉴런과 연관됩니다.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을 가진 자폐증이 있는 사람의 뇌 영상을 보면 거울 뉴런 시스템이 활성화되는 정도가 낮습니다. 거울 뉴런 시스템이 사회성, 세상과 어울리는 능력에 차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거울 뉴런이 남성보다 더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이 타인과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고,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모두 타고나는 것입니다. 뇌 속에 거울 뉴런이 활발 할수록, 사회성이 발달한 아이일수록 그렇습니다. 물론 아이에 따라서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르게 나타날 수 있고, 욕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또는 소극적으로 드러내는지는 개인차가 있지만, 근본적인 욕구는 같습니다. 이러한 '함께하고 싶은 욕구'는 바로 부모와 소통하고 싶은 바람에서 시작됩니다.
거울 뉴런 시스템을 활성화해서 사회성을 키우고 싶다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아이의 타고난 기능, 마음을 자연스럽게 잘 받아주면 됩니다. 육아는 어떻게 보면 어렵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가 하는 대로, 발달 단계마다 아이가 보이는 표현과 욕구대로 부모가 잘 따라가 주면 됩니다. 통제와 훈육은 수용 다음의 과정입니다. 수용이 잘 이루어져야 통제도 효과가 있습니다. 평소 부모의 감정 상태를 잘 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거울 뉴런을 통해 아이는 부모의 감정을 전달받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정서가 먼저 안정되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울하고 슬퍼도 억지로 숨기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 부모 자신의 감정을 잘 다독여 해소하려고 해 보세요.
만약 해소하기 어렵고 숨기기 힘든 감정이 든다면, 아이에게 솔직 하게 "아까 이런 일이 있었잖아, 그 일로 엄마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지금 좀 슬퍼"라고 털어놓아 보세요. 아이가 부모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부모가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말로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선입견이 없습니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다양성을 포용할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친구는 이상해' '제랑 놀지 마'라는 식의 구별과 차별의 시선을 아이에게 심어 주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를 외롭게 만들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잘 못된 시선이 아이의 선입견으로 자리 잡으면, 아이의 타고난 어울림의 능력은 서서히 메말라 갑니다. 공감하는 관계보다 학교 성적과 물질만 추구하는 불행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자신은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어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둔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아이로 자라야, 자신의 부진을 스스로 다독이고 일어날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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