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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씨뿌리는 농부

by lowen 2023. 8. 7.

 

고흐의 <씨뿌리는 농부>

 
고대 이집트의 최고 통치자인 파라오 아크니톤이 가족과 함께 태양신을 경배하는 중이다. 원반 모양 태양에서 발산되는 강렬한 햇살이 땅에 직선으로 내리쬐고 있다. 마치 세상 만물의 지배자는 태양이라고 말해주는 듯이 보인다. 아크나톤 왕은 왜 태양신에게 기도하는 자기 모습을 그리게 했을까? 자신이 태양신‘라’를 진심으로 숭배하고 있으며 태양의 아들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인간인 파라오가 태양의 자식이 된 배경은 무엇일까?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달처럼 모양이 변하지도 않고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스스로 빛을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신 광채를 내뿝는다. 파라오들은 이런 태양의 막강한 힘과 신성함을 왕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생명의 근원인 태양은 화가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의 예술혼을 자극했다. 을 감상하면 반고흐가 얼마나 태양을 사랑 했느지 알게 된다. 반 고흐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화가 밀레의 대표작에서 영향을 받고 이 그림을 그렸다.



태양이 하늘을 가득 메운 어느 날 부지런한 농부는 반짝이는 햇살을 받으며 땅에 씨를 뿌리고 있다.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둥근 황금 태양은 노랗게 익은 밀과 씨를 뿌리려고 갈아놓은 밭을 태양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을 내고 있다. 반 고흐는 태양이 주는 빛의 에너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태양은 강렬한 노란색 물감을 통해 캔버스에 감촉이 느껴질 만큼 거칠게 그려졌다 반 고흐는 왜 태양을 저토록 강하게 표현했을까? 농부는 자연의 섭리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봄에 곡식의 씨를 뿌리고 여름에 가꾸며 가을에는 수확해서 겨울에 저장했다가 이른 봄에 다시 씨를 뿌리는 일을 해마다 되풀이한다. 태양이 없으면 생명체는 죽게 된다는 것, 농사일도 자연의 순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양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강렬한 에너지를 발휘해 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햇살을 받으며 씨 뿌리기는 농부의 동작을 보자 당당하고 힘차게 씨를 뿌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농부의 모습 속에 태양의 화가라고 불리는 반 고흐 자기 모습을 그려 넣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씨뿌리는 농부의 모습에서 언제나 한길을 묵묵히 보내며 오늘의 할 일을 충실히 마치고 돌아오는 나의 발걸음과 닮았음이 느껴진다. 나는 끝이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나 매일 매일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그것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세상에 나와 같은 힘든 일을 견디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지금은 씨앗을 뿌리며 내년에 수확할 곡물을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농부도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씨를 뿌리는 것이 힘든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뒤에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처럼 나도 빛나는 그 순간을 위해 내 자리에서 나도 씨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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