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2개월 이전의 아기들을 보면 끊임없이 손을 흔들거나 뭔가를 입으로 가져가고 손가락으로 찔러보면서 세상과 만납니다. 이것이 과연 무의식적인, 혹은 의미 없는 행동일까요? 아닙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스로 세상의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탐색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적용해 보며 차곡차곡 이론을 만들어서 있는 것입니다. 단지 아이의 특성에 따라 그리고 나이에 따라 탐색의 방식이 다를 뿐이죠. 현미경을 통하여 사물의 특성을 알아가는 것도 탐색이고, 입에 넣어 혀로 느끼자는 질감을 통해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탐색입니다.
어른들은 아이가 보여주는 그들만의 방식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해하며 그대로 반응해 주면 됩니다. 요컨대 아이의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주도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주도하는 것에 잘 반응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주도에 반응하는 부모를 우리는 '반응적인 부모'라고 합니다. 이전까지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부모, 즉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아이보다 먼저 제시하고 가르치는 '지시적인 부모'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죠.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을 점검해 보세요.
첫째 나는 내가 원하는 것보다 아이가 관심을 두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가?
둘째 나는 아이와 목욕하거나 밥을 먹거나 옷을 갈아입는 등 일상의 상태에 잘 적응하는가?
셋째 나는 아이가 선택한 것을 유지하도록 하고 지지해 주고 촉진해 주며 상호작용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반응적인 부모(responsive parent)'의 조건을 잘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응성'이란 말은 아이와 부모 사이에 민감하고도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먼저 만들어 낸 행동과 사이에 민감하고도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먼저 만들어 낸 행동과 직접 관련된 주제로 활동이 이어질 때 주의집중하고 상호작용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에게 소리치거나 윽박지르는 대신 재미있게 해주고 다정하게 놀아주면 잘 대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아이가 먼저 했던 행동과 직접 관련된 주제가 아니라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은 반응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스스로 많은 행동을 만들어내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요?
첫째,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한 뒤 부모가 반응하는 사이의 시간 간격이 아주 짧아야 합니다. 아이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촉진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부모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학에서는 0.5초 이내의 시간차를 '즉각적'이라고 말합니다.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죠. 그만큼 아이의 행동에 순간적으로, 반사적으로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성취한 뒤 "엄마 이것 좀 봐요!"라고 자랑스럽게 부릅니다. 그런데 엄마는 지금 한창 설거지하는 중이고, '기다려 봐. 이것만 빨리 끝내놓고 놀아줄게'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는 아무런 응답 없이 자기 일에만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엄마가 일을 끝내고 아이에게 다가가"자. 우리 이제 해볼까?"라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관심은 이미 떠난 뒤입니다. 또한 자기가 이뤄낸 성취 역시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한 채 그치고 말겠죠. 아이가 부모에게 어떤 반응이나 피드백을 요구했을 때 단순하더라도 그 즉시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순간의 즉각적인 반응은 이후 전문가와 함께하는 1시간의 학습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둘째 부모의 반응은 아이가 뭔가를 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시켜볼까? 라고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아이의 행동을 예민하게. 그리고 지속해서 관찰하며 체크해 보세요. 아이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흥미로워하는지부터 먼저 알아야 합니다. 아이가 두 번 이상 쳐다보거나 오랫동안 시선이 가 있는 것은 분명히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라 판단해도 좋습니다. 사람의 시선에는 길이 있습니다. 아이가 응시하는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가 보면 어떤 사물이나 지점에 도달합니다. 또한 아이의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 눈빛으로 나타내는 미묘한 표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세째 아이의 시선과 아이의 표정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표현들에서도 관심거리를 읽고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장난감 젓가락을 들고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고 있다면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열심히 요리하는 시늉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겁니다. 아이의 행동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좀 더 유심히 관찰하면 아이가 요리 도구로 탁탁 두드릴 때 나오는 '소리'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요리'가 아닌 소리'로써 아이의 행동에 반응할 수 있겠죠. 그래서 엄마도 옆에서 이것저것 두드리며 즐겁게 반응해 준다면 아이는 더욱 만족하게 될 겁니다.
아이가 "엄마!"하고 불렀을 때 "엄마 불렀니?"라는 단순한 반응만으로는 아이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미처 표현하지 못한 진짜 의도까지 엄마가 이해하고 반응해 주기를 원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란 엄마의 '전폭적인 관심을 원하는 욕심쟁이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속내까지 파악해서 인정해 줄 때 아이는 엄마에게 '전폭적인 신뢰'로 보답할 겁니다. 더불어 엄마가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가치 있게 여겨준다는 믿음은 아이의 내면에서 '자신감'이 싹트는 진정한 토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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